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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정신이 흐려지고 몸이 무거워져서 마음자리를 가리우는 혼수개(昏睡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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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현선원 작성일14-08-13 15:41 조회2,7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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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개의 '혼수'는 흐리멍텅한 상태의 혼침(昏沈)과 수면(睡眠)을 합하여 만든 단어입니다.

 

불교집안에서는 불법수행을 하는 사람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혼침을 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의욕을 상실하면 흐리멍터 해지고, 흐리멍텅 한 혼침은 연이어 졸음(수면, 잠)을 불러들입니다.

 

졸음은 맛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 졸음에 맛을 붙이면 칡흑같이 어두운 귀신굴에 빠져 영영 헤어날 수 없게 되어 버립니다.

혼침과 졸음이 심하면 무기공(無記空), 곧 넋이 빠진 무기력한 상태에까지 빠져들게 되는 것입니다.

 

옛날, 인도의 마갈타국에서는 왕궁을 짓기 위해 터를 닦다가 큰 유리독을 발견하였습니다. 큰 유리독은 어느 한 곳도 트여 있지 않아 그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왕은 톱으로 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박을 타듯이 한쪽 끝을 조심조심 자르도록 하였습니다.

 

막상 켜보니 그 속에는 머리가 한없이 긴 사람이 앉아 있었고, 자세히 살펴보니 유리막은 그 사람의 손톱·발톱이 자라서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왕은 그를 흔들어 깨우도록 하였고, 그때서야 일어난 그는 이상한 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물었습니다.

"여기가 어디입니까?"

"이것은 마갈타국의 왕궁을 지을 장소요. 도대체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저는 비바사불(毘婆尸佛)을 가까이 모시고 정진하던 승려입니다."

 

이 말에 왕은 깜짝 놀랐습니다. 비바사불은 과거 칠불(七佛) 중 첫 번째 부처님으로, 91겁(劫) 전에 사셨던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사정을 물었으나 그는 좌선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밖에 알지를 못하였습니다. 이에 부처님께 그 연유를 묻자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는 비바사불 당시에 선정을 닦다가 무기공(無記空)의 상태에 들어갔느니라. 이렇게 몇 달 동안 먹지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산사태가 일어나 그를 묻어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무기공에 너무나 깊이 빠져 있었으므로 아직까지 죽지 않게 된 것이니라."

 

이처럼 혼침에 빠져 졸음을 깊이 즐기다 보면 개구리나 뱀이 몇 달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무기공에 빠져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른 생각하면 이 무기공이 대단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이것은 수행 중의 가장 큰 장애일 따름입니다.

 

불법수행을 하는 자는 결코 흐리멍텅한 상태에 빠져 살아서는 안 됩니다.

흐리멍텅한 상태에 빠져 살면 자기 한 몸도 구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불법공부를 하여 해탈과 행복을 얻고자 하는 이는 또렷또렷함을 생명으로 삼아야 합니다. 어느 때나 정신을 집중시켜 또렷또렷하게 깨어있고자 노력해야 하며, 그 노력 자체가 불법수행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또 한 가지 이 '혼수개' 속에 담긴 뜻은 자포자기요 게으름입니다.

탐욕과 진에에 빠져 산란한 마음으로 진리마저 의심하며 사는 사람은 노력없이 되는대로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복과 해탈을 향한 향상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마저 팽개친채, 지난 세월동안 지어놓은 복만을 까먹으며 사는 것입니다.

 

결국 복이 다하면 불행이 엄습하고, 타락의 삶은 지옥을 만들어 그를 감옥 속에 가두어 버린다는 것을 잊은 채 말입니다. 

우리는 깨어나야 합니다. 맑은 정신으로 살아야 합니다.

술에 취한 듯, 환각상태에 빠진 듯 몽롱하게 살아서는 안 됩니다.

흐리멍텅 정신없이 흘러 다니며 사는 존재가 아니라, 깨어있는 삶을 살면서 스스로가 세운 행복과 해탈의 원을 이룩하고자 노력하는 불자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불법수행을 방해하고 행복과 해탈을 막는 탐욕개·진에개·도거개·의법개·혼수개에 대해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제는 스스로를 살펴보기 바랍니다.

과연 '나'는 이 다섯 가지 덮개 중 어떤 것을 덮어 쓴채 살고 있는가를?

 

만약 몇 겹의 덮개를 쓰고 있다면 무엇이 두텁고 무엇이 엷은가를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덮개를 제거하는 작업을 과감히 시행하여야 합니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그 누구도 행복과 해탈을 막는 덮개를 벗겨줄 자가 없습니다.

오직 '나'의 의지와 '나'의 노력만이 이들 덮개를 벗길 수가 있습니다.

 

행복과 해탈의 기운을 차단하는 오개장(五蓋障)!

이 다섯 가지 덮개만 벗겨버리면 행복과 해탈은 그대로 '나'의 것이 됩니다.

부디 마음을 잘 다스리고 노력하여 좋은 결과를 이루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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